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의 ‘사회생물학(Sociobiology)'

Posted by ttahha
2010.04.10 23:57 흐르는강물처럼/에드워드 윌슨 (Edward O. Wilson)
                             

[논술시리즈 | 20세기 古典 ( )] 인간의 본성은 결국 생물학이다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의 ‘사회생물학(Sociobiology)'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 소장



개미연구가에서 사회생물학 창시자로

   20세기 가장 걸출한 과학저술가를 들라고 하면 아마도 에드워드 윌슨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매년 그 해에 미국에서 출판된 책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저작자에게 부여하는 퓰리처상을 그것도 문학이나 인문학이 아닌, 생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가 두 번이나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으니 말이다.

   1929년 생의 에드워드 윌슨은 소년 시절부터 개미 탐구에 열심이었지만 본격적인 개미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1953년에 이루어졌다. 당시 하버드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윌슨은 그즈음 유행하던 동물행동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다수 쟁쟁한 연구자들이 새와 포유동물들의 의사소통에 관심을 가졌던 점에 착안해서 자신은 개미들의 의사소통 방법을 밝혀보고자 노력했다고 자서전에서 밝힌 바 있다.

   1955년 윌슨은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자마자 조교수로 발령을 받는다. 개미들에게서 여러 종류의 페로몬을 발견하고 그것들의 역할을 성실히 규명했던 학문적 업적이 높게 평가된 결과였다. 이후 10여 년 동안 윌슨은 개미 연구로, 또 원숭이와 기타 동물들의 습성과 사회적 행동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 전세계를 누볐다. 

  그런데 1960년대에 이르자 미국 생물학계의 분위기는 점점 더 분자생물학이 각광을 받게되고 또 그만큼 동물행동학이나 진화생물학 등은 홀대받는 경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하버드 대학의 젊은 조교수 윌슨은 그런 와중에서 원숭이와 까마귀와 개미의 생활 습성을 대상으로 삼는 자신의 연구 분야가 점차 쇠퇴하는 것에 크게 자극을 받게 되는데 그는 그간의 동물행동학적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고 다듬어서 새로운 이론으로 발전시켜보고자 하는 강력한 충동에 사로잡힌다.

   타고난 종합가라고 할 수 있는 윌슨은 그때까지 동물행동학 연구가 동물 행동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데에 치중했던 나머지 어느 누구도 그런 행동의 저변에 깔린 기본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에 먼저 주목하였다. 자연에서는 침팬지들이 사냥에서 획득한 먹이를 집단 내의 다른 침팬지들에게 나누어준다든지, 또는 적의 출현을 처음 발견한 새 한 마리가 경고음을 발산해서 다른 새들을 보호하는 대신 자신은 희생의 재물이 된다든지 하는 의타적인 행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동물행동학은 기껏해야 그런 행동이 전체 집단를 위한 개별 개체들의 희생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윌슨은 이런 동물들의 의타적인 행동이야말로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그들의 유전자 속에 각인된 본능적 행동이라고 해석하였다. 요컨대 동물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진화와 유전자의 영향력에 주목했던 것이다.

   윌슨은 동물의 행동을 진화와 유전자를 중심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자신의 시도에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1971년부터 저술에 착수하여 4년 후인 1975년에 같은 제목의 책으로 발간하게 되는데 이 책으로 말미암아  윌슨은 타임지의 표지를 장식하게 되는 등 일약 세계적인 명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동물행동학의 근원은 유전자에 있다

   윌슨의 가장 주목할 만한 이론 중의 하나는 많은 동물 집단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이타적 행위조차도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진화되었을 것이라는 제안이었다. 다윈의 진화 이론에 의하면 자연선택은 각각의 생물 개체에 작용하여 그 개체로 하여금 생식의 기회를 증가시키는 육체적․행동적 특징들을 발전시키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따라서 한 생물체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을 구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희생하는 이타적 행위는 자연선택과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렇지만 윌슨은 그런 이타적 행위들이 사실상 서로 밀접한 혈연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 집단 속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그래서 비록 자신은 죽지만 결과적으로 자신과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는 다른 개체들에게 보다 많은 생존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동물들의 이타적 행위도 진화적 입장에서 본다면  결국 후손들에게 더 많은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행위라는 것이다. 윌슨은 진화의 전략이 개체보존이 아닌 유전자 보존에 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사회생물학에서는 우리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의 사회적 행동이 진화의 과정에서 자연선택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확립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행동의 대부분은 각 개체들에 내장된 유전자들에 의해서 통제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서, 개미들이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엄격한 위계질서를 구축하고 고도의 분업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나 대부분의 동물들이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는 행위나 최고의 배우자를 차지하기 위해서 수컷끼리 생명을 걸고 혈투를 하는 행동 등이 모두 그 내면에는 자신이 소유하는 유전자를 보다 많이 후대에 전달하기 위한 전략전술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생물학이 등장한 이래 1970년대를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를 일으켰던 이유는 분명하다. (1975년 이후 30년 동안 사회생물학을 주제로 해서 발간된 책만 해도 수백 권을 간단히 뛰어넘는다.) 우리 인간도 동물계의 일원인 분명한 바, 인간이라고 해서 사회생물학이 제시하는 이론에서 자유로울 수는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사회생물학은 불가피하게 인간 본성에 대한 논쟁을 유발하게 되었는데, 이런 논쟁의 중심에 선 연구자의 입장에서 윌슨은 1978년 또 한번 화제의 책 <인간본성에 대하여(On Human Nature)>를 내아서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책의 발간으로 윌슨은 처음으로 퓰리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두 번째 퓰리처상 수상은 1990년 <개미들(The Ants)>의 출간으로 이루어졌다.


인간행동 역시 결국은 진화의 산물이다

   <사회생물학>과 <인간본성에 대하여>라는 두 책에서 윌슨은 일관된 입장을 피력한다. 인간은 행동과 사회 구조를 획득하는 성향을 유전에 의해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는데 이런 성향은 말하자면 대개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특성에는 남녀간의 분업, 부모자식간의 유대, 가까운 친척들에게 행하는 고도의 이타성, 근친상간 기피, 여러 다양한 윤리적 행동들, 이방인에 대한 의심, 부족주의, 집단내 순위제, 남성 지배 등이 포함된다. 사람들은 비록 자유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선택을 행사하지만 이런 결정에 관계하는 심리적 발달의 경로는 비록 우리 자신이 아무리 다른 길로 들어서고자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우리 몸 속에 깃들어있는 유전자들에 의해서 어떤 일정한 방향을 지향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는 것이 윌슨의 주장이다.

   윌슨에 따르면 인류 문화가 제아무리 다양하다고 해도 결국은 이런 특성을 향해 부득이 수렴되는 것이 당연하다. 예를 들어서 서울 도심에 사는 사람이나 남태평양의 원시부족의 일원이나를 막론하고 설령 그들이 수만 년을 격리되어 있었다고 해도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공통적인 유전자들로 인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본성에 대한 이런 윌슨의 관점은 1970년대의 시대조류에서 볼 때 대단히 예외적인 관점이었다. 사실상 서구사회에서는 20세기 내내 천성인가 양육인가 하는 논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당시에는 양육론이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와중에 제기된 윌슨의 사회생물학은 천성론에 더할 수 없는 힘을 실어주게 되었는데, 이 논쟁은 지금까지도 곧잘 과학논쟁의 주제가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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